

鴨川礼自에게.
무더운 여름을 맞아 삼가 아룁니다. 매일 극심한 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새벽의 기온은 서늘합니다.
카모가와한테 쓰는 편지는 처음이라 예의를 지켜봤어. 많이 이상해?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는 슬퍼져서 생략할게. 엉망진창에 마음대로인 편지네. 읽기 어렵겠다. 미안해.
...우선, 일기 잘 읽었어. 카모가와의 비밀 일기였는데 잘 읽었다는 말도 이상하겠다. 그리고 푸딩도 잘 받았어.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가져와서 옆에 두기만 하다가 이제 먹어. 밖에 둔 지 꽤 돼서 미지근해. 꼭 한낮의 온도를 닮아가는 것 같아. 푸딩 말이야, 엄청 맛있어. 지금은 말차 푸딩을 먹고 있는데... 너무 달다. 정말 차랑 먹기 좋아....
다른 친구들도 만났을까? 오늘 유독 반에 빈자리가 많이 생겼어. ...말을, 말을 정리하기 어렵네. 적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. 쓰는 건 꽤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. 부장이라고 불릴 명목이 없네.
이름 말이야. 카모가와한테 직접 불렸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. 그런 점에서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해. 나는 카모가와의 이름을 불러본 적 없잖아. 이름 불러도 괜찮다고 허락도 해주지 않고 갔잖아. 그 외에도 불평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처럼의 편지를 불평불만으로 적고 싶진 않으니까 이만 줄일게.
반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.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다짐할 수 있어. 언제나 모두 모여 있으면 시끌벅적했는데... ...모두가 아니라 그런가 봐.
있지, 카모가와. 나는 카모가와가 살아줬으면 했어. 어쩌면, 나보다 더 오래. 부장이라 불린 것도 기뻤고, 교환일기 제의받은 것도 기뻤고, 무엇보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 전반에 걸쳐 즐거웠어.
...이건 비밀인데, 꽤 많이 투명해졌잖아? 나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... 그래서 무심코 빌게 되나봐. 사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일이 꿈이고 투명해지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현실로 돌아가는... 그런 거였으면 하고 말이야. 허황된 희망이지? 알고 있으면서 자꾸 '그래도'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. 힘든 상황일수록 꿈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.
힘낼게. 끝까지 힘내라고 했으니까... 푸딩도 잘 먹으면서 끝까지 힘낼게. 그래도 역시 우유 푸딩은 못 먹을 것 같아. 이상하게 자꾸 시야가 흐려져. 분명 안구 건조증인 탓이겠지.
엉망진창에 자기만족인 편지지만 카모가와가 읽어주면 정말 기쁠 거야.
우리 장마가 시작되면 다시 만나자.
長谷川奈月가.